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AEGE LAB Insight 1] GPU 5만 장의 종착역을 묻다: 왜 우리의 AI는 305호 병실 문턱을 넘지 못하는가?

by 좋은 생각들 2026. 2. 2.
반응형

[서문] 화려한 기술적 성취 뒤에 가려진 '회한(悔恨)'의 기록

삼성전자에서 26년, 그리고 정부 평가위원으로 12년을 보내며 저는 대한민국 기술 발전의 최전선을 지켜왔습니다. 수천억 원의 국책 예산이 투입되고, 세계를 놀라게 할 성능의 AI 모델들이 매해 쏟아져 나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성공'이라는 단어 대신 '회한'이라는 단어로 에이지이랩(AEGE-LAB)의 첫 리포트를 시작하려 합니다. 수많은 지표상의 성공 뒤에, 정작 우리가 구해야 할 현장의 생명들은 기술의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현실을 표현한 이미지

1. 지표의 함정: 정확도 95%가 구하지 못한 환자들

매번 열리는 국가 R&D 평가 현장은 화려한 숫자의 향연입니다. 정확도 95.3%, SCI급 논문 12편, 수십 건의 특허 출원. 이 수치들만 보면 대한민국 의료 AI는 이미 세계 정점에 서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저는 평가위원석에 앉아 항상 차가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래서, 이 솔루션이 오늘 밤 병동에서 환자를 돌보는 데 단 1분이라도 기여하고 있습니까?"

현실은 냉혹합니다.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알고리즘들은 연구실의 고성능 서버 안에서만 '완벽'할 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305호 병실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통받는 할머니 곁에는 그 어떤 AI 에이전트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술이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임상 현장의 마지막 1마일(Last Mile)을 넘지 못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AI 산업이 직면한 가장 아픈 민낯입니다.

2. '발표용 기술'의 한계와 거버넌스의 높은 벽

제가 삼성전자 B2B 마케팅 현장에서 뼈저리게 배운 철칙은 하나입니다. "고객에게 팔리지 않고, 사용되지 않는 기술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의료 AI R&D 생태계는 실제 임상(Clinical Use)의 가치보다는 논문의 양과 정량적 지표라는 '발표용 성과'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설령 혁신적인 솔루션이 개발되더라도, 이를 가로막는 것은 기술력이 아니라 견고한 '제도의 벽'입니다. 과기부가 주도하여 GPU 인프라를 5만 장, 10만 장 늘린들 무엇하겠습니까? 실제 병원 현장에서 AI를 도입하고 운영하기 위한 '수가' 체계는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의 단단한 부처 칸막이에 가로막혀 있습니다. 시장 점유율과 환자의 생존율 대신 논문 편수로 성공을 판가름하는 현재의 평가 시스템은 현장에서 영원히 잠자고 있을 AI들만 양산할 뿐입니다.

3. 에이지이랩의 미션: 관조하는 AI에서 행동하는 '에이전트'로

GPU 5만 장이라는 거대한 인프라가 단순히 데이터센터의 뜨거운 열기로만 낭비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명확합니다. 305호 할머니가 밤새 안심하고 잠드실 수 있도록, AI가 단순한 데이터 분석 도구를 넘어 현장에서 능동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에이전트(Agent)'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이전에 '사람'과 '이해'가 먼저입니다. 에이전틱 AI가 무엇인지, 그것이 왜 의료 현장의 워크플로우를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 의사, 간호사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합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강력한 기초 체력을 무기로 삼아, 정부와 병원이 거버넌스의 장벽을 허물고 진정한 '의료 에이전틱 AI'를 구축해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이제 형식적인 논문 중심의 지표를 과감히 버리고, '실제 환자 적용 사례'를 핵심 KPI로 전환해야 합니다. 기술 공급과 수가 보상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범부처 통합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분석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는 '실행형 AI'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바로 에이지랩이 추구하는 의료 에이전틱 AI의 본질이자 시대적 사명입니다.

 

김항섭 (Paul Kim) 박사

  • AEGE-LAB 소장 / 연세대 정보시스템학 박사
  • 전) 삼성인력개발원 및 삼성전자 26년 (마케팅·전략 전공)
  • 현) 국가 R&D 평가위원 (12년 차)
  • 현)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의료경영대학원 교수

[전문가 고견 요청]

본 리포트에서 제안한 의료 AI R&D 혁신안과 범부처 거버넌스 통합에 대한 전문가 여러분의 날카로운 통찰을 기다립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은 에이지랩의 향후 정책 제언 활동과 현재 집필 중인 신작의 핵심 논거로 반영될 예정입니다.

(이미 『2027 로봇전쟁』과 『AI 닥터와 함께하는 건강여정』을 통해 많은 분이 깊이 있는 서평과 고견을 나누고 계십니다. 그 지적인 연대의 장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더해주시기 바랍니다.)

 

 [에이지이랩(AEGE-LAB) 정책 제언 참여하기]

반응형